Arena Homme, 2010/04

목수라고 하면 기술적인 면만 떠오르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건가.

가구를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게 나무를 직접 깎고 붙이고 다듬어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수행하려면 도구가 참 중요하겠다. 난 도구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손에 익은 것도 없다. 안 쓰는 것은 버린다. 그리고 오랜 기간 남아나는 도구들도 없다. 목수의 작업은 그런 거다. 내가 쓰는 도구라고는 대패와 톱, 끌, 망치 정도다.

아, 사포도 있다. 목수의 물리적 조건은 아주 간단하다. 1년만 열심히 하면, 잘 자르고 틈 없이 붙이고 맞추는 것은 다 한다. 목수는 어떤 도구를 주든지 정확히 자를 줄 알아야 한다. 면도칼을 주든지, 식칼을 주든지, 엔진톱을 주든지 간에 정확히 금 그어놓은 곳을 파낼 수 있어야 한다. 면도칼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엔진톱은 굉장히 빠르다는 차이뿐. 중요한 것은 호홉이다. 어떤 도구라도 호흡이 같으면 된다.

그렇지만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면 효율성과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맞다. 편하고 쉽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식이다. 일회용 대패를 쓴다. 다른 목수들은 내가 일회용 대패를 쓴다 하면 웃을 것이다. 목공이 취미인 사람들이나 쓰지 목수라는 사람들은 전부 대패를 관리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효율성은 좀 다르다. 무엇을 연마하고 맞추고 그럴 시간 없이 바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디자인하고 생각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모든 도구가 다 그렇다.

그러니까 효율성을 따져서 도구를 선택한다는 말이로군.

일식집 요리사들의 칼은 생선살을 저며야 하니까 좋아야 한다. 그러나 나무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죽은 나무를 깎는 것이기에 연장이 조금 무뎌도 그들만큼 지장을 받지 않는다. 생선살은 정확히 떠야 하지만 나무는 끌질을 하는 부분이 감춰진 속살이므로 그렇지 않나.

그런데 소목이나 인간문화재 문하생들은 3년간 대패날 가는 것만 배우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만들어내는 것이 똑같은 거다. 또, 늘 쓰는 도구들만 관리하니 늘 똑같은 것만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건가.

내가 만드는 가구에는 특수 도구들이 필요치 않다. 자르고 대패질하면 끝이다. 실제로 가구를 만드는 것은 나무를 건조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중요하다.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한 공간에서 2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밧줄도 끊어버리면 질서를 잘라내는 거라 뒤틀리고 변하게 되어 있다. 나무를 잘라내면 근육 질서가 다 바뀐다. 그것이 움직이는 동안 가만 두고 또 움직임을 지켜보는 거다. 목재는 백 년이 되건 천 년이 되건 아무 소용없다. 아파트에 들어가면 뒤틀린다. 그것은 목재가 사용될 공간의 실제 습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속까지 말이다.

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좋은 재료로 보기 좋게 만든 가구가 없어서 시작해보았다. 내 가구의 특징은 디자인 안 하기다. 디자인을 너무 하면 질린다. 디자인하려면 얼마나 힘드나.(웃음) 그러나 마감은 철저히 한다. 모마 아트숍에서 파는 제품은 계산대까지 가는 길에 매력이 떨어진다. 독일 표현주의 같은 것은 안 질린다. 한옥의 인방선들이 질리지 않듯이.

좋은 목수라는 건 무엇인가.

잘 만드는 목수가 되는 건 쉽다. 결국엔 디자인이다. 내촌목공소에 언젠간 목수학교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자르고 붙이는 건 어디서든 다 가르쳐주는데 미술사, 건축사, 기초조형과 같은 것들은 가르치지 않으니 내가 할 생각이다. 좋은 사진가, 좋은 목수, 좋은 화가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고정관념, 선입견을 털어내는 사람이다. 상상력은 새것이고 고정관념은 묵은 것이니 묵은 것을 덜어내고 새것을 집어넣는 것 말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계획은 집을 짓는 일. 가구 제작도 함께하면서. 집은 생각을 몇십 배 더 많이 해야 하니 계속 공부를 더 하고 기술도 연마하겠다.

Profile

서울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다소기인의 풍모를 지닌 그는 잘 만든 가구의 부재를 깨닫고, 목공소를 세웠다. 디자인없는 디자인이라고 할 정도로 기본적인 스타일에 집중하지만, 그가 완성해낸 가구들의 ‘포스’는 그리 만만치 않다. 현재는 내촌목공소의 대표로 집을 짓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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