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강원 미래의 전통_ 내촌목공소가 꿈꾸는 韓屋마을, 2011/01

미래의 전통

내촌목공소가 꿈꾸는 韓屋마을

동홍천 IC에서 나간 자동차는 철정휴게소를 지나 알바트로스가 날개를 접어 몸을 웅크린 품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색우산 자락의 큰골 길로 들어섰다. 하얀 날개를 뜻하는 백우산은 홍천군 내촌면 도관리를 안고 있다. 독안에 든 모양새라 도관리라고 한다. 틀수한 골짜기를 따라 즐비한 집과 내촌목공소가 비원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갈걍갈걍한 풍모를 지닌 사내와 마주친다. 2003년 홍천 내촌으로 들어와 그야말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이정섭 목수다. 〈동트는 강원〉이라 인터뷰에 응한다는 단서가 숫접다.

이 목수를 만나는 일은 반갑다. 손끝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나무의 숨결을 듣기만 해도 향기롭고 엄전한 가구를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다. 계곡을 따라 도담한 집들을 보며 눌러 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나니 말이다. 그가 영월 주천에서 특별히 공수하는 옥수수 막걸리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맛깔스럽기까지 하다.

미대를 나온 그는 대목장들을 따라다니며 집 짓는 일을 배우고, 나무의 아름다움에 빠져 가구를 만들다가 지금은 ‘살기 위한’ 한옥 짓기에 몰두한다고. 고래의 목수는 집 짓는 대목과 가구를 만드는 소목을 구분하지 않았으니 낯설은 일만도 아닌게다.

제행무상(諸行無常) – 모든 것은 변한다.

“주택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기에 변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대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다르고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생명체이기에. 어릴 적, 국어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전통과 인습을 가려서 이어갈 전통은 개승하고 타파할 인습은 바꾸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한옥은 기와집이다. 강원도 사람들에겐 너와집이나 귀틀집이 더욱 친근하다. 솔직히 자연과 더불어 지었다고는 하나 불편하다.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비경제적이다. 이런 의문으로부터 그의 꿈은 시작되었다.

“한옥이란 한국 사람이 사는 집이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느끼는 한국성은 산골의 야트막한 함석집에서 혹은 섬진강가에서 또는 거제도 가자미 미역국을 먹을 때 느낍니다. 전통적으로 한옥이란 초가든 움집이든 기와집이든 한국 사람이 살던 집 아닙니까? 움집에서 기둥을 세운 목조집으로, 억세나 풀 등으로 하던 지붕이 벼농사를 하면서 초가집으로, 논이 없는 산골에서는 나무껍질을 이용한 굴피집, 참나무를 쪼개서 너와집, 기와가 보급되면서 기와집으로 바뀌어 왔으며 흙 바닥이 돌 바닥으로 돌 바닥이 온돌바닥으로 바뀌어 온 것입니다.”

시대가 필요한 대로 좋은 재료가 있으면 중국에서도 오고, 일본에서도 오고 서구에서도 온다. 특정시대의 것을 전통이라고 규정할 없다는 이야기다.

그가 내촌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시대의 한옥이란……

집을 지으면서 주목하는 것은 담박한 선비의 방, 야트막한 초가집에서 느낀 비례의 미, 고즈넉한 아름다움. 생활과 필요에 걸맞은 규모와 공간,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다. 본대로, 느낀 대로 저절로 만들어진 미감에 정직하게 집을 지으며 풀어내고 싶은 가치다.

소재에 대해서는 특별한 고집은 없다. 단 인간친화적인 소재여야 한다. 이를테면 유해물 질이 덜 배출되는 좋은 소재라면 유럽이든, 미국이든, 시장을 뒤지든 인터넷으로든지 찾아내는 것이 다. 전 공정은 작업자들과 목수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기성품의 시스템창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열 전도율이 낮은 나무를 이용하여 창호를 제작하여 난방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 특수 온도계를 구입하여 일일이 실내온도를 체크하며 시공하였다. 심야전기도 없어진 마당에 겨울이 일찍 오고 봄이 늦게 오는 강원도에서 난방비 걱정 없이 살려면 애당초 잘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친화적인 빛을 찾아내고 이에 맞는 금형을 떠서 조명을 설치하느라 적잖은 공을 들인 모양이다. 벽돌 하나하나도 자연과 어울리도록 흑연을 넣어 일일이 찍어냈다. 싱크대 역시 적합한 나무를 구입하여 샌딩을 맡겨 손잡이를 따로 붙여 만들었다.

손으로 다듬고 못질하며 기름칠로 완성하는 작업이다. 나무의 질감과 생기, 금속의 상쾌함, 콘크리트의 변화와 과정까지도 사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정직함을 추구한다고. 그렇게 내촌의 한옥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가구를 만들 때도 한국전통건축의 결구인 사궤맞춤과 비례미를 토대로 나무가 가진 본래의 선과 결을 살리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빈방에 들어서면 그 자체가 콤포지 션이 되어주는 문방의 미감이 녹아난 그런 가구다.

“한국전쟁으로 대부분의 집이 파괴되고 또한 새마을 운동이라는 현대화 운동이 전개되면서 전통의 건축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죠. 제가 홍천 내촌을 찾게 된 건 한국 근현대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근데 젊은 사람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있어요. 3,000명도 안 되는 마을공동체의 앞날은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잖아요” 진지한 물음이다.

“이 빗자루 보실래요. 손질은 좋은데 마감부분이 비루해요. 이런 부분에 저희들의 손길이 필요하죠. 요즘은 전국의 대장간에서 칼을 구해다가 손잡이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공예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먹고 살 일을 만드는 것이다.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거나 보고 싶은 일을 만들어 내촌을 찾게 하는 일이다.

산골에서 작업자를 구하기 쉽지 않을텐데…… 지금은 마을 출신 작업자도 있고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작업자들이 대기 중이다. 몇 년 전 구입한 농협창고를 갤러리를 개조하여 내촌 예술제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나오시마섬의 ‘이에(家)프로젝트’가 있다. 몰락하는 나오시마 섬을 살리기 위해 안도 다다오와 예술가들의 미감을 스러져가는 집에 담아 오브제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런던에 가면 18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산의 집’이 있다. 오로지 우산 하나만 가지고도 대를 이어 세계의 상점이 된 ‘제임스 스미스 엔 선즈’. 우리에게도 그런 자랑 쯤 하나 있어야 되지 않을까?

목수 이정섭은 날마다 꿈을 꾼다.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집이 아니라 살면서 호흡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삶 속에서 그의 생각을 실현해내고 있다. 그가 꿈꾸는 내촌에서 다가오는 미래의 전통을 느낀다.

글 이건

사진 윤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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