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 tree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검박한 집, 2012/02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검박한 집

뒷산의 풍경을 그림처럼 품어 안은 내촌목공소에서 지은 집. 검박한 방식으로 큰 뜻을 담아낸 이 작은 집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한옥의 모습일지 모른다.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내촌 집. 내촌목공소는 서양화를 전공한 뒤 가구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정섭 목수와 김민식 고문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내촌목공소에서는 한옥을 우리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짓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방 싱크대는 함수율을 5% 이하로 낮춰 건조한 오스트리아산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보통 함수을이 12% 이하만 되어도 건조가 잘되었다고 평하는데, 이 나무는 최상의 건조 상태를 자랑한다. 이 나무로 싱크대를 제작한 것은 이정섭 목수가 국내 최초로,대리석 상판 없이 나무에 바로 물을 묻히면서 써도 싱크대가 틀어지지 않는다 한다.

1 목공소를 내려다볼 수 있는 창문 옆에서 김민식 고문과 알피.

2 김민식의 책상 모습. 그는 목재뿐 아니라 예술, 문화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흐부터 알바 알토, 존 버그까지 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문학의 장르를 넘나든다.

3 김민식 고문의 침실. 최소한의 가구와 살림을 두었다.

목재 전문가,강원도 산골로 가다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과의 인연은 대략 4년 전으로 거슬러 을라간다. 내촌목공소에서 행사가 있다 하여 강원도 홍천 내촌면까지 달려갔더니,사람 좋은 인상의 그가 객들을 맞았다. ‘그저 목재를 오래 만져온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본인을 소개하였으나, 잠시 나눈 이야기로도 나무에 대한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착한 나무 가구’ 기사를 진행하며 그를 다시 만났다. 모 신문사 기자들을 상대로 나무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였다. 내촌목공소의 고문이자 나무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이니 목재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되었지만, 커리큘럼에는 ‘나무와 신화’ 같은 인문학적 강의들이 포함되어 있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편으로는 목재가 지금의 자동차처럼 최고의 수출품이었을 적, 그가 1970,80년대를 날리던 목재 산업 분야의 전문가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독일 유수의 목재 회사 Jaso의 고문으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엔지니어드 자작마루판’을 설계하여 생산해낸 일도 있다 했고, 이름만 들 으면 누구나 알 법한 큰 목재 관련 기업의 대표로 재직했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그가 강원도 산골을 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정확히 만 7년 전 1월, 가족이 살 집을 지으려고 내촌의 이정섭 목수를 찾아갔어요. 정직하게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는 젊은 목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였죠. 그런데 그를 만나서 저는 묘한 뭔가가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정섭이 지가 건축 공부를 했나, 디자인을 공부했나, 산골 목수일 뿐이었는데…. 그런데도 그의 작업이 지극히 감동적으로 다 가왔지요.”

그렇게 이정섭과 좋은 친구가 되어 내촌과 서울을 오가던 그는 곧 정식으로 내촌 목공소의 식구가 되었다. 젊은 시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유럽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남자는 그렇게 강원도 산골을 온전한 내 집으로 삼는다. 끝없는 성취로 기록되던 삶 또한 단순하고 검박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1층 김민식 고문의 서재. 알바 알토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고 그 뒤로는 이정섭이 만든 책장과 책상이 보인다.

우리 시대의 한옥을 표방하는 집 1층의 입구 모습. 한옥의 서까래처럼 지붕의 목재를 노출시켰고, 대들보 또한 집 안으로 끌어들여 나무 자체로 노출시켰다. 나무는 모두 북미산 하드우드를 사용하는데, 건조가 잘된 나무여서 썩거나 뒤틀리는 일이 없다. 덕분에 산속 목조 주택임에도 벌레가 전혀 없다고.

단순하고, 정직한 집

사실 내촌목공소가 지은 집을 구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차례 내촌을 방문한 적 있고, 목수 이정섭이 지은 그의 집을 구경한 일도 있다. 하나 김민식 고문의 집은 기존 이정섭 건축 작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스스로는 서툴렀다 평하는 솜씨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목수 이정섭이 지은 집은 그저 기본에 충실합니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목수가 직접 손으로 정직하게 지은 집이지요. 덕분에 포름알데히드 같은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니, 인간이 응당 누려야 할 존엄을 지키는 품질의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이정섭 목수를 인터뷰했을 때 ‘우리 시대의 한옥을 짓는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기에 집 짓기의 철학이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거주자를 위한 실용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이 목수가 이 집의 건축 구조를 전통 한옥의 ‘맞배지붕 홑 집’에서 따온 것은 우리 시대 한옥을 짓겠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나, 그로 인해 지붕의 각도가 적절하게 정해지면서 아무리 심한 장마철에도 비가 새지 않는 실용적 장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기한 점은 또 있었다. 한겨울 강원도 산골의 집을 찾았음에도 외풍은커녕 바닥까지 포근하고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지붕 높이를 정할 때도 난방비 절약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기름 대신 전기보일러 시스템을 구축해 난방비 또한 서울에서 가스보일러를 때는 수준이면 충분하지요.” 사실 내촌목공소의 건축을 평할 때 철학적, 조형적인 면만을 생각하고 격찬하는 이들이 많다. 허나 하루 종일 머물다 온 내촌의 집에는 분명 고매한 철학에 더해, 거주자를 위한 진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요즘도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집에서는 건축가, 디자이너, 혹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나무 이야기’ 수업이 열린다. 그리고 검소하고 건강한 집에 사는 그는 좋아하는 나무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산골의 삶이 과분하다고 말한다. 이 집을 방문한 이라면, 결코 그의 말이 겉치레가 아님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내촌목공소는 ‘거주자에게 실존적인 감동을 주는 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뒷산에서 바라본 김민식 고문의 집 2층 모습.

기획 홍주희 기자

사진 전택수 Ayne Studio

Tags:
No Comments

Sorry, the comment form is closed at thi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