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 Tree 집을 짓는 ‘모던 목수’ 이정섭 한옥의 개념을 재해석하다, 2009

집을 짓는 ‘모던 목수’ 이정섭

한옥의 개념을 재해석하다

목수 이정섭이 강원도 벽지에 목공소를 차린 지 겨우 6년인데 박람회에서 상도 받고, 생활 가구로 갤러리 전시도 하고.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주목을 받고 꽤 이름을 날렸다. 시골 목수가 만든 군더더기 없는 가구에 사람들이 반한 것이다.

그는 미대를 나와 한옥 짓는 대목장들을 따라다니며 건축을 배우고는 소목으로 돌아서 가구만 만들다가 최근에 다시 집 짓기에 착수했다. ‘내촌 목공소 한옥 프로젝트’, 말 그대로 한옥을 지어보겠다는 것인데 자신이 조선 목가구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 간결함을 담아 가구를 만들었던 것처럼, 전통 가옥에서 느꼈던 감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다.

한국인이 살던 한옥에서 느낀 감동

보통 한옥이라고 하면 기와집을 떠올린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한옥이란 기와집이든 초가든 한국 사람이 사는 집을 다 아우른 개념이다.

“한옥이란 한국 사람이 사는 집이지요. 그러면 전통 한옥이란 초가든 움집이든 기와집이든 한국 사람이 살던 집 아닙니까. 따지고 들어가면 요사이 한옥으로 정의되는 기와집은 우리나라 전통 주거 형태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가 집을 지으면서 전통 한옥에 주목하는 것은 아무리 커봤자 12자가 넘는 방은 찾아볼 수 없고, 생활에 필요한 서안과 문갑이 전부인 선비의 방, 골 마을에 어우러지는 야트막한 초가집에서 느낀 감동 때문이다. 부와 세도를 과시하려고 두꺼운 대들보를 올린 기와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례의 미와 고즈넉한 아름다움. 생활과 필요에 걸맞은 규모와 공간,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미감이 그가 집을 지으며 물어내고 싶은 가치다. 그래서 그는 한옥의 전통을 계승한다며 기와나 문살 등의 전통적인 모티브만 기계적으로 따오거나 흙, 나무 등의 전통 소재에 집착하지 않는다.

1 생활의 편의를 위해 방마다 횟대를 질렀다.

2 일반 주택보다 아담한 사이즈의 방문.

3 이불 선반. 이불을 개서 방바닥에 두면 공간이 비좁고, 매일 털고 덮고 자는 것이니 먼지 타지 말라고 벽장에 넣을 이유가 없어 선반을 만들었다.

중앙에 주방 겸 다이닝룸을 놓고 좌우로 방을 배치한 주택 모델. 각 방에 화장실과 벽장이 딸려있고 외부로 문을 낸 창고가 있다. 다이닝룸은 앞뒤로 통창을, 방의 창은 나무의 위치 등 전망을 고려해 위치를 정했다

주변 환경을 살피며 짓다

얼마 전 이정섭 씨는 내촌에 20평 남짓한 집을 한 채 지었다. 집은 비가 안 새고, 얼어죽지 않고, 살면서 건축 자재로 인해 병들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합판 접착제까지 신경을 썼고 포름알데히드가 없는 건강한 주택이 완성되었다.

시멘트 벽돌을 쌓아 지은 사선 지붕 집은 중앙에 주방 겸 다이닝룸이 있고, 양옆으로 방이 하나씩 딸린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다. 지붕을 사선으로 한 것은 단지 빗물이 잘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서, 방의 위치를 양쪽에 두고 화장실을 마련한 것은 가족간의 사생활 보호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방마다 벽장을 두어 수납 문제를 해결하고, 겉옷이나 수건을 툭 걸쳐놓도록 횃대를 달아 생활의 편의를 챙겼다.

1 집의 중앙에 위치한 다이닝룸. 앞뒤로 통창을 설치했다.

2 버드나무를 염두에 두고 만든 뒤 테라스.

집은 전면에서 보면 출입문이 있는 가운데 부분은 통창이고 벽에는 크기가 다른 네모 창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는데 창의 위치와 크기는 디자인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그려 넣은 것이라 한다. 뒤쪽에 테라스롭 만든 것도, 집을 지으려고 부지를 살펴보니 버드나무가 한 그루 있어 여름이면 무성한 가지가 터널을 이루는 걸 알고 그것을 누려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올해 내촌에 대여섯 채의 집을 지을 계획이다. 그가 산골에 지은 외딴집은 그저 창밖의 자연만 살피면 되었지만 같은 부지에 타운 하우스 형식으로 모아 짓게 될 집은 자연뿐 아니라 옆집도 고려해야 한다. 그의 두 번째 한옥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도시 사람들의 주거를 위한 이정섭식 한옥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듯하다.

Tags:
No Comments

Sorry, the comment form is closed at thi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