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촌목공소 / 목수 이정섭

1971 마산 출생
199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2002 내촌목공소 설립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도관리)

목수의 손이 완성한 건축


기획 & 설계 & 시공의 일괄집짓기

집짓기에 있어서 기획 디자인 설계부터 최종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일괄작업’하는 곳은 국내에서 내촌목공소가 유일할 듯 합니다. 일본에는 시즈오카 현에 소재하고 있는 “헤이세이 건설”이 내재화 방식으로 일괄작업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 건축에 있어서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한 공정별 분업과 철저한 외주시공은, 건축의 품질에 참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일괄집짓기’는 비효율적 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집을 지어온 본래의 모습입니다. 내촌목공소는 이 방식의 집짓기가 집을 회복 시킨다고 믿고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건축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최대화한 분업과 외주시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와 더불어 집짓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설계자, 시공자)이 전 과정에 걸쳐 함께 투입한 시간과 현장의 손작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드립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s 제로의 건축 포르말데하이드 Free

현대건축에 있어서, 건축자재에 의한 실내 공기오염은 심각합니다. 아파트, 단독주택, 호텔, 병원, 리조트 그리고 심지어 정부 신청사에 이르기까지 포르말린이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건축을 구성하는 자재가 가지고 오는 오늘날 건축의 이 현상을 아픈집 Sick House 이라고 부릅니다. 아픈집에서 우리는 잠을 자며, 쉬고 내 가족이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내촌목공소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 제로(Emission 0)의 집을 짓고 있습니다.

짓는 Making 집 (*그리는 Drawing 현대건축)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알렉스 드 리케 (Alex de Rijke) 건축대 학장은, 짓는 Making 집이 아닌 그리는 Drawing 작업이 지금 현대건축의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현대건축은 공장에서 만들어 집니다 (*Factory Made). 우리는 건축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내촌목공소는 직접 집을 짓고 Making 있습니다.

킬른Kiln 건조된 기둥, 보, 도리 (함수율 12%) – 구조

목재의 품질은 건조의 정도에 따라 결정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나무는 건조의 정도에 따라 방충, 부패등 견고함이 100~400%로 심한 차이가 나는 목재입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겠지만, 우리는 건조한 목재 구조로 건축을 한 전통이 없습니다. 심지어 얇은 판재로 만드는 현판 하나도 건조한 목재를 써야한다는 개념없이 목가공을 해왔습니다. 부실하게 건조된 목재를 사용하여 지은 민가, 문화재, 사찰 등의 전통건축이 부실한 형태로 버젓이 우리 옆에 있습니다.

내촌목공소는 2006년 국내 최초로 엔지니어드 목재(함수율 12%)를 사용하여 목재구조의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내촌목공소한옥은 수분 함수율 12% 이하의 목재로 지어집니다.

목수 이정섭의 ‘한국성에 관하여’


저는 삶에서 손으로 만드는 물건들이 점차 없어지는 이 시대에 목수를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공장에서 줄줄이 찍혀 나오는 요즘, 공장의 시스템과 산업용 자재의 규격이 디자인과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즘, 손으로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습니다.

저와 함께 일할 대장장이를 찾아 나선 적이 있습니다. 미끈하게 뽑혀 나오는 스테인레스 스틸 대신 손으로 두들겨 만든 무쇠칼이 그립고, 쇠를 두들기는 대장장이의 손이 목수의 손과 만나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만 없는 줄 알았는데, 일본, 유럽에도 대장간은 거의 사라졌더군요. 손으로 다듬는 크라프트craft는 멸종되어 가는 반면 머리에서 나오는 디자인은 넘쳐나는 이 때입니다. 그러나 저는 머리가 현실과 비전을 넘나들 수 있다면 손은 철저한 현실이며 실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한옥 짓는 일을 배웠고, 다시 가구를 만드는 소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가구를 만들 때, 북미에서 건조되어 들어오는 참나무oak, 호두나무walnut, 물푸레ash, 단풍나무maple 등의 활엽수,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나무가 예쁘고 견고하기에, 그게 그렇게 비싼 목재인줄도 모르고 사서는 산 속에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목재를 쓰고 있지만, 이런 활엽수는 대부분 베니아veneer로 벗기거나, 무늬를 흉내내 인쇄한 멜라민melamine 필름으로 만들어 가구와 벽재, 바닥재 등의 표면에 접착하여 사용됩니다. 특히 이태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수입되는 많은 가구가 이렇게 제조되었는데, 이는 경제성과 효율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가구는 비싸고 무겁고 기능적이지도 못합니다. 환경과 생명에 관한 논의는 차치해 두고라도, 경제적 효율성과 저의 작업은 많은 갈등관계에 있습니다.

최근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전에도 10여년 동안 제가 지은 집은 여러 채 있습니다만-을 받고 대목과 소목 일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갈등이 고개를 듭니다.

바로 한옥과 한국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한국성을 생각할 때, 혹은 언제 한국성을 느꼈냐고 스스로 묻는다면, 안동 한옥마을이나, 궁궐에서, 중앙 박물관에서, 인사동, 가회동, 북촌마을에서는 크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한국성은 산골마을 야트막한 함석집에서, 혹은 섬진강가, 또는 거제도에서 가자미 미역국을 먹을 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으며 한국성을 느낍니다.

한옥의 개념적 정의는 우리 민족이 이땅에서 고래로 살아왔던 주거의 방식입니다. 석기시대 움집에서부터 지금까지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건축자재가 나오면서, 지역의 특성에 따라 한옥은 변화하여 왔습니다. 움집에서 기둥을 세운 목조 집으로, 억세나 풀 등으로 하던 지붕이 벼농사를 하면서 초가집으로, 논이 없는 산골에서는 나무껍질을 이용한 굴피집, 참나무를 쪼개서 지붕을 이은 너와집으로, 기와가 보급되면서는 기와집으로 바뀌어 왔으며, 흙바닥이 돌바닥으로 돌바닥이 전바닥으로, 구들이 보급되면서 온돌바닥으로 바뀌어왔으며 이러한 것이 한옥일 것입니다.

제가 지금 짓고 있는 집은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주거문화와 구조에 터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집을 한옥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제가 짓는 집들은 기와지붕도 황토벽도 아니며 다만 이 시대의 목수로서 제가 해석하는 한국 건축의 기본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본은 이 땅의 자연 속에서 과하지 않은 규모와 공간이 우리들에게 주는 실존적인 감동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짓는 한옥을 통하여 ‘사람이 사는 집’의 한 전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진 한국성이 이러한 희망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2010. 09 서울예술대학 강의 초록